toojazzy's choice: 2009년 한국 대중음악 Best 22

"음악취향Y의 선택" 선정을 위해 못들었던 음반도 몰아듣고 나중에야 그 음반들을 중심으로 개인결산을 했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조금 일찍, 현재까지 들었던 음반들 중 개인적인 베스트 스물 두 장을 모아 봅니다. 그것이 좀 더 솔직한 개인적 취향, 개인적 평가를 드러낼 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좋다고 소문은 들었는데 미처 듣지 못한 음반들은 넘쳐나겠지만 그건 올해만의 일도 아닐뿐더러 그 나름의 한계이자 재미로 남겨두려 합니다.

 

이름 앞에 붙은 순위는 음악의 우열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저에게 준 임팩트의 강도만을 말해줄 뿐입니다. 어떤 리스트, 어떤 명반선도 완벽하지 않을 뿐더러 옳지 않습니다. 그저 많이 듣고, 넓게 생각하고, 날카롭게 비평하며 자신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가세요. 좋은 음악들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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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o Reply [Road]

2000년대에 발표된 90년대 한국 뉴웨이브 팝의 앤쏠로지. 물론 모두 신곡. 이 둘은 어떤날부터 시작해 김현철을 거쳐, 이승환과 유희열을 휘감고, 그리고 조윤석과 정순용을 섭렵해 좋은것만 가려 뽑아 현재안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재배치시켜 놓는다. 언뜻 무모해 보이는 그 포부는 반짝거리는 선율감으로 완전무결하게 성취된다. 권순관은 현재 대중음악계의 가장 뛰어난 작곡가임에 틀림없다. 


 














2. 말로 [This Moment]

"이 순간"의 말로는 이전까지의 그녀와 비교할 수 없는 경지로 올라와 있다. 사실 재즈는 음악 장르가 아니다. 그대신 재즈는 방식이고 철학이며 그 독트린은 "구속되지 않음"이다. 그녀가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 실로 놀라운 경지다.



 















3. 다이나믹 듀오 [Band of Dynamic Brothers]
다듀가 힙합의 모든 것을 정복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실은 전혀 반대다. 그들은 늘 그들이 생각하는 랩의 미학, 그 리듬과 플로우의 틀 안에서만 변주한다. 그리고 이제 그 변주는 가장 완벽한 조화의 상태를 이뤄낸다. 명백히 커리어 통산 최고의 앨범, 다듀가 가진 가장 이상적인 즐거움이 아낌없이 산화한다.



 















4. 서울 전자 음악단 [Life Is Strange]

아이디어를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음악들이 많이 있다. 책임감이 결여된 보컬, 앞뒤근본없는 편곡으로 마무리 짓고는 개성이라고 부르짖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특히 요사이 기타팝에서 그런 경향은 흔히 "음악성"과 혼동되고는 한다. 하지만 서울 전자 음악단은 그 정 반대의 지점에서 정직하게 음악의 순수한 힘을 내뿜는다. 모든 곡은 그 지향성이 너무도 확실하고, 멤버들은 각자의 역할에 완벽하리 만큼 충실하다. 다양한 스타일 속에서도 퍼져나가지 않고 안으로 파고드는 놀라운 응집력, 그리고 돌아가지 않고 사운드 본위로 마무리 짓는 정직하고도 충실한 연주의 접근법. 이것은 바로 밴드가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의 짜릿하고도 높은 격이다. 

 












5. 브로콜리 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선어의 깊은 맛이 아닌 활어의 살아있는 향기라는 것이 있다. 역시 데뷔 음반은 그런 활어의 맛을 풍겨 낼 때가 제맛이다. 스스로 규정짓는 "보편적"이라는 범주는 얼럴뚱땅 짱구굴려 내미는 타협의 손길이 아니라 어느 귀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숨겨진 자신감의 발로. 마치 히트 싱글 모음집이라고 해도 무방할정도의 고른 완성도와 자연스런 창작력은 이 고기의 펄펄뛰는 선도를 감지케 한다. 자, 활어는 신선할때 배부르게 먹어야 맛.















6. My Aunt Mary [Circle]
"Just Pop"은 칭송받았지만 그 명성 덕분에 정순용의 잠재력은 정작 과소평가 되었다. "Just Pop"을 능가하는 기타팝을 그들이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Drift"의 어중간함이 그게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미션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Circle"은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그들은 팬과 흐름을 쫒기보다 내면으로 침잠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은 훨씬 더 성숙한 음악들로 채워졌다. 이제 더이상 뒤는 돌아보지 않아도 좋다. 아니,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7. Cocore [Relax]
2009년 한해가 내뿜을 수 있는 가장 잡스럽고 유쾌한, 감성 충만한 재능. 다양한 소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레 매만지는 능력은 알면서도 새삼스레 놀라고, 그 뒤에 버티고 서 있는 밴드의 위용이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다는 점에 또다시 놀란다. 이 모든 놀라움을 설명해줄 단한가지 이유. "실력"

 












8. 버벌 진트+델리 보이 [The Good Die Young]
늘 그래왔다. VJ는 늘 리스너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이건가 싶으면 저거, 이쪽이겠지 싶으면 아뿔싸 저쪽. "누명"과는 전혀 다른 방식, 전혀 다른 사운드.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지칭하는 건 단 한가지, 버벌 진트는 현재 최고의 MC이자 Lyricist라는 변함없는 사실 뿐이다. 그리고 얼마후 또 다른 배신으로 우릴 놀래키겠지? 난 늘 준비가 되어 있다.  














9. Phonebooth [The Way To Live On]
달려라 달려, 충분히 얻을 때 까지 결코 멈추지 마라. 록의 정수는 내달림. 단지 그 속도의 다름만이 있을 뿐. 이들은 초고속 풀 스피드로 브레이크 없는 차의 엑셀만을 힘껏 밟아 댄다. 차체가 흔들리는데 터보까지 올린다. 언젠가 폭발하여 산산조각 나겠지만 그런걸 소심하게 주판알 튕겨 걱정한다면 그걸 록이라고 부를수나 있겠는가. 차도 운전실력도 심지어 풍경마저도 모두모두 훌륭하다.














10. Common Ground [Fat Girl]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대착오. 복고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촌스러운 훵키소울의 향내가 아래에서부터 퀘퀘하게 진동한다. 이쯤되면 흑인음악은 스타일이 아니라 신념이다. 믿자. 리듬을 믿고 연주를 믿고 그루브를 믿자. 생각하지 않고 믿고 몸을 맡기는 자에게만이 구원있으리!














11. Dok2 [Illstrumentalz Vol.1]
매끈하고 부드럽고 힘있고 신나는, 그야말로 비트의 홍수다. 놀라 자빠질만큼의 파격은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미국 씬 한복판에 떨어뜨려 놓아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트렌디한 재능을 보유한 것만으로 우리 씬에겐 큰 재산이다. 이 음반은 그 재능이 들려줄 수 있는 아주 첫 걸음에 불과하다. 그렇게 믿고 싶다. 
 














12. 정원영 밴드 [cwy2]
장르의 이름이 아니라 문자적 의미로의 퓨전. 재즈와 훵키를 기반으로 모든 하부 장르를 다 꿰뚫는다. 훵키 비트의 그루브에는 여유로움마저 감치고 타이트한 연주와 수준높은 편곡에는 힘이 넘친다. 실로 거장들의 솜씨다.














13. Brown Eyed Girls [Sound-G]
길게 말해 무엇 할까. 오버 그라운드의 장인들이 만들어 낸 명품 댄스 팝. 앨범의 전반부는 최근 몇년간의 일렉씬의 걸작들과도 능히 견줄 수 있다.


 












14. 리쌍 [Hexagonal]
말 몇마디로는 분석해 낼 수 없는 내공과 매력이 있다. 시간도 흘렀고, 씬의 경향도, 유행도 모두 달라졌는데 리쌍은 늘 같은 방법으로도 똑같은 성과를 반복적으로 이끌어 낸다. 그것은 게리나 길의 묘한 호소력이기도 하고, 자극적인 정인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너무도 익숙한 흘러간 샘플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그 모든 것이다. 리쌍이라는 브랜드, 그들이 일찍이 만들어 낸 독자적인 방법론과 이미지는 이제는 씬 내에서 가장 모방하기 힘든, 하지만 동시에 가장 즐기기 쉬운 힙합의 소우주다.















15. P-Type [The Vintage]
자기부정? 변절? 제발.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뿌리에 대한 탐구와 스스로에 솔직함이 없는 힙합은 허무한 말장난 비트장난일 뿐. 힙합이 단순히 음악이 아닌 삶의 방식임을 일깨우는 피타입의 납득가는 변신은 무시할 수 없는 음악적 센스로 그 균형잡힌 타당한 힘을 부여받는다.   














16. 캐스커 [Polyester Heart]
전자 음원을 다루지만 그의 본질은 팝뮤지션이라고 믿는다. 그 노골적이지 않은 파퓰러한 매력과 그 매력에 상응하는 탁월한 소리 조립에 대한 감각이 남아 있는 한 당분간 그는 정상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17. Cobana [Gracias_Latin Jazz&Salsa]
한다는 것 만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정답은 나도 모르겠다. 장르는 다르지만 올해의 모텟도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올곧이 간다는 것. 확실히 그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며 결과물을 떠나 평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다양성이 참으로 '많이' 결여된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18. 윤상 [그땐 몰랐던 일들]
기괴한 소리 연습으로 가득한 모텟이 아니라 익숙하고 조금은 뻔하다 싶은 이 앨범을 여기에 꼽은 이유는 이렇다. 윤상은 그래도 윤상의 흔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을 때 그 존재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혁신이 없는 멜로디, 시간 속에 정체된 가사는 그의 나날이 발전해 가는 사운드 이해력과 통제력에 한발짝 넘게 괴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 묘한 어긋남, 조금 더 나아가지 않고 교묘히 머물어 떠도는 한계 아닌 보수성이야말로 윤상을 듣는 (나만의) 이유가 아닌가.

 
 












19. Mowg [Nite's Secret]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세련됨, 그리고 도드라지는 각이 전혀 없는 매끈함, 댄디함. 이제 그의 음악은 사운드라기 보다는 패션이다. 그것도 맨하탄 한가운데 클럽에서나 어울릴법한 잘빠진 메트로 섹슈얼. 재즈라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듀싱의 카테고리에만 한정시킨다면 올해 탑10중 한 장.

 
 
















20. 드렁큰 타이거 [8th Wonder]
명불허전. 늘 그렇듯 타이거의 장점은 눈치보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사실 몇곡은 현 흐름과 동떨어져 있고(늘 그렇듯), 몇곡은 이전 앨범들의 동어반복(늘 그렇듯). 하지만 그 아우라, 아무것도 아닌 단어를 내뱉어도 남들의 열배는 강한 힘으로 확장되는 그 힘의 정체는 내공이라는 단어 외에는 다른 말로 확인이 불가능한 것 같다. 랩의 마에스트로.
 
 












21. 하우스 룰즈 [Star House City]
the one and only. 하우스 룰즈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했고, 경쟁자는 다시 한번 그들 스스로이다. 신선한 충격을 준 데뷔반보다 반템포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에너지가 충만한 즐거운 시퀀싱은 귀를 간지럽힌다.

 













22. 김창완밴드 [Bus]

쿨하고 댄디한 모더니티가 소박촌스런 김창완의 몸에 잘 맞는것일까? 하지만 본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너무도 나긋하고 담담하게 그는 새로운 밴드와 그 탁월한 연주력에 몸을 맡긴다. 결과는 일단 성공. 그가 들려주는건 프로페셔널한 뮤지션쉽이지 노익장이 아니다.

 


 

김영대(toojazzy)

음악취향Y

toojazzy.tistory.com

by toojazzy | 2009/12/09 14:41 | MusicY Critique | 트랙백 | 덧글(0) |
about Aftertaste...
돈푼이나 받는 음반리뷰 자영업자도 아닌데 블로그 포스팅에 매번 새로 나오는 음악들을 기계적으로 리뷰하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래도 나만의 생각의 정리를 위해, 쌓여갈 기록을 위해, 나중의 반성을 위해, 서로의 비교를 위해, 아니면 그냥 심심풀이로,

그저 몇자 자판 놀려 신작, 근작, 혹은 새로 접한 음반들을 중심으로 듣고난 귀가 쌩쌩한 바로 그때 그 기분을 살려 그  '뒷맛'을 기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카테고리의 시작이다.


좋든 싫든 짧은 몇마디로는 성이 안차는 음악들은 다시금 길고 지루한 글로 리뷰(MusicY Critique)를 하게 될 것이지만,

그래도 아쉽거나, 혹은 무언가 쓴다는 것이 어째 조금 내키지 않는 음악들에 대해선 이 공간을 통해 부담없이 이런저런 단평을 쏟아놓을 수도 있을테니 이건 이대로 보아주시기를.

글 말미에 따라붙을 "taste meter"는 음악을 맛있게 귀로 먹은 뒤 남은 뒷맛의 강도를 나타낸다. 재미로 보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기준들.

addictive 중독적인
sweet 달콤한
flat 밍밍한
bitter 씁쓸한


언제나 그렇듯 꾸준한 것이 제일!
by toojazzy | 2009/11/30 14:54 | Aftertaste | 트랙백 | 덧글(0) |
Norah Jones (노라 존스) 『The Fall』 (2009)




Norah Jones. The Fall.
Blue Note. 2009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녀는 주목받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 다이아몬드 레코드를 기록, 재즈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레코드중 하나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낸 "Come Away With Me"는 물론이거니와 잇따른 두 앨범의 플래티넘 성공가도, 딱히 시비를 걸 틈을 주지 않는 특유의 보편적인 정서는 그렇다고 쳐도 포크와 블루스, 재즈와 보컬팝을 너무도 쉽사리 자연스레 넘나드는 음악적 행보는 조금은 질린다 싶을정도로 "완벽한"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녀가 독특한 건 전통적인 의미의 장르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적인 분류 기준에 의거, 스탠더드 보컬 팝 혹은 컨템포러리 보컬 재즈로 치부하기엔 일견 그 스펙트럼이 넓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이상을 시원스레 넘어서는 실험적인 마인드를 보여준 적은 일찍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 노라 존스라는 인물은 하나의 음악적인 "이미지"나 "색채감"에 가깝다는 느낌을 갖는다. 어떤 장르나 스타일로서 규정되는 뮤지션이 아니라 그 외모며 분위기, 목소리와 연주등이 어우러진 하나의 "정서" 말이다. 노라 존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늘 성공을 거두어 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따라서 그녀의 변신은 한편으로는 예견되어 왔던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크나큰 위험성을 내포한다. 사실 "변신"이라는 키워드는(글쓰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쉬운 유혹의 어휘인) 이번 앨범에 함부로 적용하기가 껄끄러운 면이 없지 않다. 변한다는 것이 무얼까. 그 화학적 성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애당초 전통적인 장르의 파격을 통해 이루어지는 변신에 대한 의지가 없는 존스의 음악에 함부로 "변화"나 "변신"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일 수 있을까. 형식적이다. 별다른 할말이 없어 내뱉는 상투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노라 존스의 의도는 "비꼼"이라 말하고 싶다. 조금 틀어져 보기. 대놓고 막나가는 탈선은 아니지만 흑심을 슬쩍 감춘 채 은근히 삐져나온 썩소 비슷한 일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Don't Know Why"의 그녀는 역시나 그대로 남아 있다. 그 해석과 방식의 양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미 전작 "Not Too Late"(2007)에서도 살짜쿵 비슷한 암시를 던졌지만 이제는 조금 더 그 의도를 분명히 하려한다. 언뜻 그 키워드는 모던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지향성이다. 나이에 비해 턱없이 노티나는 이미지로 호소해 온 그녀가 아닌가. "Chasing Pirates"는 그 노티나는 피아노와 스트일의 터치를 버리고 살랑살랑 바람 날리는 청량한 기타 소리로 그 공간을 대신 메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탐 웨잇츠Tom Waits와 아방한 세계를 구축하더니 어느덧 킹스 오브 리언Kings of Leon의 블루지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 낸 바 있는 자콰이어 킹Jacquire King에게 조타수를 맡긴 결과다. 덕분에 분위기는 살짝 달뜨고 목소리에서는 모던한 소녀들의 에너지가 감지된다. 좋은 의미에서 프로페셔널한, 노련하고 성숙한 여성 모던록커로의 재발견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정작 앨범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트랙들은 오히려 컨츄리와 블루스, 포크와 루츠 록의 어디쯤을 복합적으로 뒤섞은 차분하면서도 조금은 난해한 사운드로 채워진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것은 노라 존스라는 지극히 통제된 이미지에 다시금 수렴된다. 릴리 앨런Lili Allen이나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까지는 안바라도 모던하고 인디(쉬)한, 조금은 발칙한 록을 기대하기에는 한참 미적지근해 보이는 태도, 그렇다고 마냥 블루지하고 끈적한 서던 사운드를 떠올리기엔 이미 현대적인 컨템포러리 재즈에 최적화된 보컬의 결, 로Raw하지 않고 단정히 책의 한챕터 한챕터를 조근조근 넘기는 듯 유기적으로 엮여들어가는 곡배치와 만듦새도 그녀가 이미 구축한 규범적인 이미지의 틀을 어긋나지 않는다.

성과도 한계도 바로 그 지점에서 얻어진다. 하지만 그 조금은 지나친 듯한 사운드 통제력, 장르를 슬쩍 넘나들며 서로 다른 편곡으로 치장하면서도 자연스레 재생산되는 보수적이면서 안정적인 "심심함" 혹은 "담백함" 역시 누구나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미덕은 아니다. 어떤 편곡, 어떤 구성속에서도 노라 존스의 음악이라는 그 독특한 표식은 어떤식으로든 너무도 쉽게 발견되며 애써 구축해 온 이미지를 버리지 않고도 다양한 사운드의 실험에 도전할 수 있는것, 그것은 단순히 프로듀서나 제작자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아티스트쉽을 가진 이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뮤지션으로서의 높은 경지이기 때문이다. (2009.11.24)



김영대(투째지)
음악취향Y
toojazzy.egloos.com
by toojazzy | 2009/11/26 12:23 | MusicY Critique | 트랙백 | 덧글(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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