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의 선택" 선정을 위해 못들었던 음반도 몰아듣고 나중에야 그 음반들을 중심으로 개인결산을 했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조금 일찍, 현재까지 들었던 음반들 중 개인적인 베스트 스물 두 장을 모아 봅니다. 그것이 좀 더 솔직한 개인적 취향, 개인적 평가를 드러낼 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좋다고 소문은 들었는데 미처 듣지 못한 음반들은 넘쳐나겠지만 그건 올해만의 일도 아닐뿐더러 그 나름의 한계이자 재미로 남겨두려 합니다.
이름 앞에 붙은 순위는 음악의 우열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저에게 준 임팩트의 강도만을 말해줄 뿐입니다. 어떤 리스트, 어떤 명반선도 완벽하지 않을 뿐더러 옳지 않습니다. 그저 많이 듣고, 넓게 생각하고, 날카롭게 비평하며 자신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가세요. 좋은 음악들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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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o Reply [Road]
2000년대에 발표된 90년대 한국 뉴웨이브 팝의 앤쏠로지. 물론 모두 신곡. 이 둘은 어떤날부터 시작해 김현철을 거쳐, 이승환과 유희열을 휘감고, 그리고 조윤석과 정순용을 섭렵해 좋은것만 가려 뽑아 현재안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재배치시켜 놓는다. 언뜻 무모해 보이는 그 포부는 반짝거리는 선율감으로 완전무결하게 성취된다. 권순관은 현재 대중음악계의 가장 뛰어난 작곡가임에 틀림없다.

2. 말로 [This Moment]
"이 순간"의 말로는 이전까지의 그녀와 비교할 수 없는 경지로 올라와 있다. 사실 재즈는 음악 장르가 아니다. 그대신 재즈는 방식이고 철학이며 그 독트린은 "구속되지 않음"이다. 그녀가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 실로 놀라운 경지다.
3. 다이나믹 듀오 [Band of Dynamic Brothers]
다듀가 힙합의 모든 것을 정복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실은 전혀 반대다. 그들은 늘 그들이 생각하는 랩의 미학, 그 리듬과 플로우의 틀 안에서만 변주한다. 그리고 이제 그 변주는 가장 완벽한 조화의 상태를 이뤄낸다. 명백히 커리어 통산 최고의 앨범, 다듀가 가진 가장 이상적인 즐거움이 아낌없이 산화한다.
4. 서울 전자 음악단 [Life Is Strange]
아이디어를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음악들이 많이 있다. 책임감이 결여된 보컬, 앞뒤근본없는 편곡으로 마무리 짓고는 개성이라고 부르짖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특히 요사이 기타팝에서 그런 경향은 흔히 "음악성"과 혼동되고는 한다. 하지만 서울 전자 음악단은 그 정 반대의 지점에서 정직하게 음악의 순수한 힘을 내뿜는다. 모든 곡은 그 지향성이 너무도 확실하고, 멤버들은 각자의 역할에 완벽하리 만큼 충실하다. 다양한 스타일 속에서도 퍼져나가지 않고 안으로 파고드는 놀라운 응집력, 그리고 돌아가지 않고 사운드 본위로 마무리 짓는 정직하고도 충실한 연주의 접근법. 이것은 바로 밴드가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의 짜릿하고도 높은 격이다.



2009년 한해가 내뿜을 수 있는 가장 잡스럽고 유쾌한, 감성 충만한 재능. 다양한 소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레 매만지는 능력은 알면서도 새삼스레 놀라고, 그 뒤에 버티고 서 있는 밴드의 위용이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다는 점에 또다시 놀란다. 이 모든 놀라움을 설명해줄 단한가지 이유. "실력"

늘 그래왔다. VJ는 늘 리스너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이건가 싶으면 저거, 이쪽이겠지 싶으면 아뿔싸 저쪽. "누명"과는 전혀 다른 방식, 전혀 다른 사운드.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지칭하는 건 단 한가지, 버벌 진트는 현재 최고의 MC이자 Lyricist라는 변함없는 사실 뿐이다. 그리고 얼마후 또 다른 배신으로 우릴 놀래키겠지? 난 늘 준비가 되어 있다.

달려라 달려, 충분히 얻을 때 까지 결코 멈추지 마라. 록의 정수는 내달림. 단지 그 속도의 다름만이 있을 뿐. 이들은 초고속 풀 스피드로 브레이크 없는 차의 엑셀만을 힘껏 밟아 댄다. 차체가 흔들리는데 터보까지 올린다. 언젠가 폭발하여 산산조각 나겠지만 그런걸 소심하게 주판알 튕겨 걱정한다면 그걸 록이라고 부를수나 있겠는가. 차도 운전실력도 심지어 풍경마저도 모두모두 훌륭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대착오. 복고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촌스러운 훵키소울의 향내가 아래에서부터 퀘퀘하게 진동한다. 이쯤되면 흑인음악은 스타일이 아니라 신념이다. 믿자. 리듬을 믿고 연주를 믿고 그루브를 믿자. 생각하지 않고 믿고 몸을 맡기는 자에게만이 구원있으리!

매끈하고 부드럽고 힘있고 신나는, 그야말로 비트의 홍수다. 놀라 자빠질만큼의 파격은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미국 씬 한복판에 떨어뜨려 놓아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트렌디한 재능을 보유한 것만으로 우리 씬에겐 큰 재산이다. 이 음반은 그 재능이 들려줄 수 있는 아주 첫 걸음에 불과하다. 그렇게 믿고 싶다.

장르의 이름이 아니라 문자적 의미로의 퓨전. 재즈와 훵키를 기반으로 모든 하부 장르를 다 꿰뚫는다. 훵키 비트의 그루브에는 여유로움마저 감치고 타이트한 연주와 수준높은 편곡에는 힘이 넘친다. 실로 거장들의 솜씨다.


말 몇마디로는 분석해 낼 수 없는 내공과 매력이 있다. 시간도 흘렀고, 씬의 경향도, 유행도 모두 달라졌는데 리쌍은 늘 같은 방법으로도 똑같은 성과를 반복적으로 이끌어 낸다. 그것은 게리나 길의 묘한 호소력이기도 하고, 자극적인 정인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너무도 익숙한 흘러간 샘플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그 모든 것이다. 리쌍이라는 브랜드, 그들이 일찍이 만들어 낸 독자적인 방법론과 이미지는 이제는 씬 내에서 가장 모방하기 힘든, 하지만 동시에 가장 즐기기 쉬운 힙합의 소우주다.


전자 음원을 다루지만 그의 본질은 팝뮤지션이라고 믿는다. 그 노골적이지 않은 파퓰러한 매력과 그 매력에 상응하는 탁월한 소리 조립에 대한 감각이 남아 있는 한 당분간 그는 정상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한다는 것 만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정답은 나도 모르겠다. 장르는 다르지만 올해의 모텟도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올곧이 간다는 것. 확실히 그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며 결과물을 떠나 평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다양성이 참으로 '많이' 결여된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기괴한 소리 연습으로 가득한 모텟이 아니라 익숙하고 조금은 뻔하다 싶은 이 앨범을 여기에 꼽은 이유는 이렇다. 윤상은 그래도 윤상의 흔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을 때 그 존재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혁신이 없는 멜로디, 시간 속에 정체된 가사는 그의 나날이 발전해 가는 사운드 이해력과 통제력에 한발짝 넘게 괴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 묘한 어긋남, 조금 더 나아가지 않고 교묘히 머물어 떠도는 한계 아닌 보수성이야말로 윤상을 듣는 (나만의) 이유가 아닌가.


명불허전. 늘 그렇듯 타이거의 장점은 눈치보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사실 몇곡은 현 흐름과 동떨어져 있고(늘 그렇듯), 몇곡은 이전 앨범들의 동어반복(늘 그렇듯). 하지만 그 아우라, 아무것도 아닌 단어를 내뱉어도 남들의 열배는 강한 힘으로 확장되는 그 힘의 정체는 내공이라는 단어 외에는 다른 말로 확인이 불가능한 것 같다. 랩의 마에스트로.


쿨하고 댄디한 모더니티가 소박촌스런 김창완의 몸에 잘 맞는것일까? 하지만 본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너무도 나긋하고 담담하게 그는 새로운 밴드와 그 탁월한 연주력에 몸을 맡긴다. 결과는 일단 성공. 그가 들려주는건 프로페셔널한 뮤지션쉽이지 노익장이 아니다.
김영대(toojazzy)
음악취향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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