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ing 『If On A Winter's Night』
Deutsche Grammophon. 2009
스팅 이름 옆에 새겨진 도이치 그라모폰의 저 황금색 로고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 몇년이 흘렀을까. 한 때 재결합 투어에 나섰던 폴리스police의 새끈한 리드싱어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가창력이지만 목소리 톤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옭아매는 shape of my heart의 분위기맨이 아니라, 몇년전만해도 너무 이상해 보였을 저 수염 기르고 털 옷을 입고 더블 베이스를 둥둥거리는 저 아저씨가 이제는 정말 이해가 되려한다. 공감이 가려한다.
몇 년 전, 존 다우랜John Dowland의 루트lute 음악으로 채워진 레코드가 DG의 이름으로 전해졌던 때의 말도 안되던 이질감. 뜬금없었지만, 분명 이상한 작업이었지만, Songs From a Labyrinth가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어떤 맥락은 있었으니까, 사실 나에겐 그게 더 중요했다. 겉멋든 누구누구처럼 갈곳 없이 헤메다 새로 얻어 걸린 월드 뮤직 사골 국 매뉴가 아니었던 것만으로 호오를 떠나 인정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캐롤이란다. 처음의 이질감을 딛고 레코드를 몇번 더 돌려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과연 크리스마스가 무얼까. 캐롤은 또 무얼까. 이미 그런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 음미하기엔 자본주의와 할리웃, 모타운이 깔아놓은 크리스마스 상품들에 우리는 너무 깊이 중독되어있는 건 아닐까. 본질 타령을 할만큼의 여유는 사치이거나 스노비쉬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스팅은 빙 크로스비나 팻 분보다는 훨씬 예전의 시간, 그것도 잉글랜드의 옛 겨울 어디론가에 발길을 머문다. 가족,연인,선물,트리로 상징되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겨울, 스산함, 고향, 교회, 그리고 옛날이 어우러진 하나의 복합적 정서를 읊는다. 막연한 낭만성은 살짝 떨구어 버리고 그대신 계절과 지역, 고향, 시대를 아우른, 보다 개인적인 감성에 공명하는 캐롤을 선보인다. 과연 스팅답다.
제목만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을 이 대부분의 선곡은 13-16세기 특히 영국쪽에서 널리 불리며 구전되던 중세 카톨릭 성가와 민요들의 모음이다. 하지만 어쨌든 스팅은 스팅이다. "Gabriel's Message"의 시작은 언뜻 경직되어 보일 수 있을지 모르나 "There Is No Rose Of Such Virtue"에서처럼 미사음악의 정격성 대신 민속음악적인 접근방식을 택한다든지 "Cold Song"에서처럼 본격적인 클래식 화성을 교묘히 결합한 크로스 오버 스타일로 녹여 내어 고전성과 현대성의 적절한 교차지점을 획득하는 것도 이제껏 그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오래된 노래들 사이에서 눈에띄는 "Lullaby For An Anxious Child"는 앨범 전체의 정서에 완전히 교감, 호응하면서 스팅 고유의 감성적인 화성과 멜로디가 빛을 낸다. 쓸쓸하고, 조금은 우울하고, 깊은 운치가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음악들에서 어떻게 크리스마스의 정서를 돌이키며 공감할 수 있지? 좋든 싫든 캐롤은 결국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자. 1년이 멀다하고 거짓말같이 또다시 샵 구석에 그득히 쌓여가는 캐롤 음반들, 보컬 기교와 현란한 편곡과 결국엔 혹시나가 역시나인 별다를게 없을 편곡으로 배리 고디Barry Gordy가 60년전에 만들어 놓은 똑같은 포맷을 마주하는 것이 가끔은 지겹지 않은지. 정말 단 1년만이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다른 것은 안될까? 다른 해석은, 다른 시선은, 다른 정서와 다른 뿌리는 정말 안될까.
스팅과, 그의 고향과, 한 옛날과 그 옛날의 크리스마스와,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을 위한 소리 모음, 하지만 한 없이 춥고 눈이 내리는 조용한 밤, 억지로 폼잡는 낭만이 아니라 막연하게 잡히는 애수와 외로움에 너무 깊지도 않게 살짝 취해보고 싶은, 여느 때와 다른 조용하고 서정적인 12월 24일의 위안을 갖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평화로운 읊조림이다.
![]()
김영대(투째지)
음악취향Y
toojazzy.egloo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