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째지의 Rare Groove Vol.1 - "댑톤"들이 들려주는 아프로-아메리칸 대중음악의 전통, 복고, 그리고 현재성 MusicY Critique

투째지의 Rare Groove
Vol.1

레트로? 또는 컨템포러리
- "댑톤"들이 들려주는 아프로-아메리칸 대중음악의 전통, 복고, 그리고 현재성


이건 간략 인트로.

Rare Groove는 비판적 듣기Critical listening을 위한 일종의 보조도구다. 사실 이 글에서 어떤 곡, 어떤 음반이 소개되는가는 두번째, 혹은 세번째의 문제다. 다만 이제껏 익숙해져있던 음악듣기의 방식이나 음악 읽어내기의 방식에 변화를 주고, 고정관념처럼 굳어버린 장르나 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유연하게 풀어보자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호기와 열의만이 가득했던 시절에 딴에는 블랙뮤직을 소개한다고 (본의 아니게) 퍼뜨린 일련의 글들에 대한 쬐금의 죄책감때문이기도 하고, 그간 미국에 건너와 공부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실제적인 음악듣기의 과정에 응용하고픈 도전의식도 있다. 무엇보다 맥락있는 음악듣기를 위한 연습이다. "넌 이것도 몰라? 난 이~만큼 많이 들었어" 라는 스너비쉬한 태도로는 100년이 지나도 음악을 진정 이해할 수 없다고 믿는다. 단 500곡, 50장의 앨범만을 평생 들어도 좋다. 제대로만 이해하고 있다면, 충분히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언제나처럼 굳은 신념. 자, 여기에 동감한다면 부담없이 스크롤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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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본편. 

무슨무슨 음악을 레트로retro, 복고, 리바이벌이나 네오(neo)라는 수식으로 규정하는 방식에는 결국 그 음악들이 한동안 잊혀 있었다던가, 주목할만한 흐름이 소멸되었다던가, 혹은 유행 자체가 지나버렸다는 정도의 기본전제가 상정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70년대 펑크를 살려왔다는 그린데이나 오프스프링이 네오-펑크punk로, 60년대 록에 뿌리를 둔 레니 크라비츠는 레트로 록retro-rock으로 불린다던가, 맥스웰이나 바두의 네오-소울neo-soul, 90년대 뜬금없이 등장, 쿨가이들의 문화로 한동안 모던 록 씬을 소란한 스윙광풍으로 휩쓴 브라이언 세쳐Brian Setzer나 체리 파핀 대디스Cherry Poppin' Daddies들의 레트로 스윙retro-swing 혹은 스윙 리바이벌swing-revival 도 그 명칭이 시사하는 맥락은 거의 같다. 

기왕 말이 나온김에 (지금은 철지난) 레트로 스윙(이라 불리는) 음악을 예로 소위 "레트로 무엇무엇"에 대한 썰을 더 풀어보자. 지금처럼 미드나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중문화를 접하기가 어려웠던 90년대 모뎀시절의 이야기다. 어느날 갑자기 차트를 수놓으며 등장한 난데없는 이 스윙 음악들에 고개를 갸우뚱 거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 언더그라운드나 클럽을 중심으로 유행이 번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고, 대중문화에 스윙이 다시 돌아온다더라 하는 정도의 말은 귀있고 눈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가 나온적은 없었다. 나름 쿨하고 모던한 음악들에 관심이 많던 피씨통신의 골수 모던록 동호회들도 급기야 음감회의 메뉴로 이 음악들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누군가에 의해 정확히 그 맥락이 제대로 설명되었던 기억은 역시나 없다.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언급되는 것은 빈스 본이라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스윙어스'Swingers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 나온 빅 배드 부두 대디Big Bad Voodoo Daddy같은 이들의 음악이 영화와 함께 유행하면서 그것이 레트로 스윙 혹은 스윙 리바이벌이라고 하는 새로운 유행의 물꼬를 틔웠다는 것이 요지다. 사실 과히 틀린말도 아니다. 다만 그것 역시 '왜 하필 스윙?'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을 주진 못한다는 것 뿐. 90년대 초중반 미국 대학가나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스윙음악이 일종의 '대안문화'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좀 더 그럴듯한 문화적 분석도 있다. 일리는 있지만 역시 뭔가 찜찜하다. 40년대 볼륨댄스 뮤직이었던 스윙과 대안문화counter-culture는 대체 무슨 관계지? 시원스럽진 않다.

사실 기존에 이미 불거진 현상만을 가지고 뒷북식으로 분석을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상은 얼추 끼워맞춰 분석할 수 있지만 그 저변의 흐름은 그 현장에서 숨쉬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예민하게 캐취해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탑40나 잡지 리뷰는 유행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저변을 말해주진 않는다. 그 누구도 스윙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단 한번도 잊혀진 적이 없는, 강도와 양은 다를지언정 로컬씬과 대학가의 음대생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연주되고 교류한 장르였다는 것을 지적해 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40년대에 등장했다가 찰리 파커의 등장과 함께 반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만 말해졌던 스윙이 대학가와 클럽, 로컬을 중심으로 여전히 실천(practice)되고 수면위로 비집고 올라올 틈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 그것이 응당 지적되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스윙이나 재즈뿐이 아니라 보편적인 록의 역사를 볼때도 마찬가지다. 40년대는 스윙 50년대는 알앤비 60년대는 록앤롤, 70년대는 펑크, 80년대는 메탈. 시대별로 헤게모니를 쥔 음악들을 소개하는 건 손쉬운 방법이다. 다만 특정 장르가 특정 시기에 나타났다가 어느순간 사라졌다는 식의 뉘앙스를 주는 것은 경계해야만 한다. 대중음악(또는 문화)에서의 유행과 변천을 말하는것과 동시에 그 연속성과 저변을 충분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2000년대의 메탈밴드는 80년대 메탈의 카피 밴드로 최근에 등장한 팀들이 아니라 한번도 메탈을 포기하지 않은 고유의 씬이 만들어 낸 적자들이란걸, 2000년대의 포크록도 어느순간 갑자기 나타나 딜런이나 조플린을 단순히 "레트로" 하지 않는다는걸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몇십년간을 충분히 지속해 온 씬/로컬/클럽이 숙성시켜낸 결과물이라는 걸 캐취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단순히 스타일의 유사성 몇몇을 가지고 논해질 것이 아니라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3-4 년전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이번엔 훵크 씬이 일을 냈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그 나름의 정통 소울과 훵크의 방법론을 실험하던 댑톤Daptone 레코드, 그리고 그들의 간판뮤지션 댑-킹스Dap-Kings가 보컬리스트 셰런 존스Sharon Jones와 함께 네번째 앨범으로 귀환했다. 앨범차트에서도 10위권 안팍. 곡구성, 녹음방식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곰팡내 솔솔 풍기는 정통 훵키소울임로서는 퍽이나 의외의 성적표다. 최근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의 세션으로 참여해 주가를 올린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일반대중들, 특히 전국적인 지명도가 미미했던 이들임을 감안한다면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반응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스트들이 좋아할만한, 차트에 지속적으로 호소가능한 "유행"인지에 대한 문제를 떠나 단지 이들이 수년째 60년대의 방법론만을 펼쳐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한다. 즉, 이것은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창출을 노린다던가 트렌드에 기댄 복고풍의 무엇을 넘어서는 00년대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중인 훵크의 현주소다. 현대적 변형이나 타 장르와의 크로스오버가 아님에도 충분히 오늘의 대중들과 교감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또 하나. 소위 메인스트림에서는 이미 20년전에 사멸한 음악들로 간주되지만 지역과 언더그라운드, 마니아들의 폭넓은 저변을 통해 그 명맥을 지켜오고 있고, 그것이 비로소 전국적인 프로모션에 의해 새롭게 조명될 기회를 얻는다는 것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로 지금 이 시간, 스타벅스 전국체인에서 커피와 함께 팔려나가고 있는 음반이 바로 댑-킹스의 신보다)

댑-킹스 외에도 그들의 대선배인 리 필즈Lee Fields, 나오미 셸튼Naomi Shelton이 최근 몇년 사이에 굵직한 앨범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보다 오리지널한 딥 훵크Deep funk와 정통 소울/가스펠을 찐~하게 전해주고 있는 것은 이 흐름이 불과 하루아침에 불거져서 낼모레면 사라질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면 이 레트로 훵크라든지 고전 소울의 재발견등이 결국 일정한 시간을 두고 인디와 오버에서 꾸준히 시도해온 것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다. 

디테일한 스타일은 조금씩 다 다르지만 펠라 쿠티Fela Kuti부터 케이난K'naan까지 연결되는 아프로비트afrobeat의 대두, 나이지리아와 말리등에서 건너온 아프리카산 어메리칸 블루스의 역수입, 보다 현대적인 사운드와의 융합을 모색하는 갤럭틱Galactic이나 노모Nomo같은 훵키소울 밴드들의 활약, 아프리카 민속음악 뮤지션들의 꾸준한 영역확장, 심지어 메인스트림 알앤비/힙합에서의 민속음악적 샘플과 멜로디/리듬의 꾸준한 활용 역시 크게 보면 비슷한 맥락에서 읽어낼 수 있다. 이건 또 다음에 찬찬히 훑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자, 댑-킹스의 탑 차트 입성과 꾸준한 활약은 미국내 아프로-아메리칸 음악의 장구한 역사가 드러낼 수 있는 수만가지 내공의 한측면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혼합,변종,대립,경쟁의 역사를 통해 미 대중음악의 튼실한 모태가 되어온 이 음악들의 파워는 단순히 컨텐츠나 퍼스낼의 두께라는 하부구조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래된 것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이들, 새로운 것을 향한 혁신자들의 질주의 와중에서도 흔들림없이 자신들의 음악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장인들의 뚝심, 그 둘이 맞바람이 되어 미국 팝음악이라는 거함은 이런 저런 조류의 와중에도 조금은 좌로, 가끔은 우로, 속력을 붙여 앞으로만 잘도 나아간다.

김영대(toojazzy25@gmail.com)
웹진 음악취향Y
toojazzy.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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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댑톤레코드 홈: http://www.daptonerecords.com

* 댑톤레코드/관련 아티스트 추천 앨범 (제목을 클릭하면 샘플듣기로)
Lee Fields [My World] (2009)


* 카페내의 유일한 관련글: http://cafe.naver.com/musicy/11371 (written by heavyj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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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광고. 

대중 음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소통하고 교류한다. 그러므로 보다 총체적인 방식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것만 같은 소셜웹 시대가 지금이지만 여전히 대중음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방식은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위키나 올뮤직, 셀수도 없이 많은 웹진과 미디어등을 통해 쏟아지는 지식들이나 정보는 질과 양을 떠나 그야말로 "산재"해 있을 뿐인 것만 같다. 이런 읽을거리, 저런 들을거리, 이런저런 호사가들의 좌충우돌 "나도 한마디" 들이 오늘도 한가득. 훌륭하고 그 나름의 의미도 있겠지만 문제는 음악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 뭔가 한방에 깔끔하게 꿰어낼 도구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하려는 것은 비평가나 학자라는 포지셔닝을 떠나 그저 음악에 대해 알고 싶은 또 한 사람의 애호가로서의 순수한 문제제기다. 

사실 몇 년을 머리속에 돌고 돌아 온 것들이다. 일단은 그림을 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대중음악의 계보다. 더욱 크게는 민속음악과 유럽고전음악, 팝음악으로 오는 큰 그림을 그리면 좋겠고, 그게 너무 언감생심 먼 이야기라면 일단 미국 혹은 미국발 팝 음악의 역사와 계보를 되짚으면 좋겠다. 다만 예전에들 그래온 것 같이 무슨 장르 몇줄, 무슨 대가 몇명, 무슨 명반 몇장식으로는 몇십년이 걸려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어느 경우에도 음악가-씬-로컬-대중-인더스트리-사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시야와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 그 외의 나머지 각개약진은 다음에 더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자, 우선은 아프로-아메리칸 음악으로 출발해야 한다. 모든 대중 음악이 연결되어 있고, 그 큰 그림이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가를 알아보는 샘플 표본으로 이 음악, 우리가 흑인음악이라고도 부르는 블랙뮤직만큼 제격인 것도 없다. 블루스에서 힙합까지. 일단 그것만 제대로 꿰어낼 수 있으면 나머지는 주르르 딸려 나오지 않을까하고 바랄 뿐이다. 조만간 이것을 책으로 엮는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이 글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인증광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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